1. 치질은 일종의 정맥류입니다.
볼일을 보고 휴지로 닦는데 피가 묻어있습니다. 큰 병이 아닐까 하고 겁이 납니다. 혹시 대장암이 아닌가 하고 이제 큰일이 난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화장지에 빨간 피가 묻는 가장 흔한 원인은 치질이라고 합니다. 피가 약간 묻는 정도야 그냥 참고 지날 수 있지만, 항문 밖으로 무엇인가 삐져나오게 되면 그때부터는 고민이 됩니다.
10여 년 전쯤 변을 보는데 계속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하고 변기 안에도 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지났지만 변을 볼 때마다 피가 나오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말하기가 부끄럽기는 했지만 혹시나 암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용기 내어 말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같이 병원에 갔는데 다행히 암도 아니고 치질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변이 굵어 항 문이 찢어져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굵은 변을 눈 것 같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까지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검사 결과를 듣고 너무 안심이 되었습니다.
다른 병과 다르게 치질은 예민한 부위에 생기기 때문에 주위 사람이나 심지어 가족에게 상의하기도 민망스럽습니다. 괜히 상의했다가 소문이나 더럽다고 하면 얼마나 민망하겠습니까. 치질 질환에 대한 편견은 분명하게 잘못된 것이지만, 말도 못 하고 끙끙 앓기만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기 때문입니다.
치질은 의학용어로는 치핵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분들이 치핵이라는 용어보다 치질이라는 말이 더 익숙할 것입니다. 치핵은 피가 흐른다는 뜻에서 비롯된 단어라고 합니다.
정맥총에 피가 몰리게 되면서 생기는 일종의 정맥류입니다. 우리는 변을 볼대 배에 힘을 주기만 하면 그냥 변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딱딱하고 굵은 변이 옆으로 누운 채 항문관을 통과한다고 생각해 보면 생각만 해도 너무 아플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들의 몸은 혈관 조직으로 구성된 풍부한 쿠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누운 사람의 항문을 아래쪽에서 바라본다고 볼 때 이 풍성한 쿠션은 크게 오른쪽 앞 오른쪽 뒤 그리고 왼쪽 옆 이렇게 3개가 있습니다. 이 쿠션들은 평소에 항문 압력의 15%에서 20%를 담당하고, 항문관을 완벽하게 닫아주는 마개 구실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쿠션이 밖으로 돌출이되며, 이렇게 돌출된 것을 바로 치핵이라고 합니다. 치핵에는 내치핵과 외치핵이 있습니다. 내치핵은 항문관 위쪽에 있는 정맥총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경우이며, 외치핵은 아래쪽 정맥총이 돌출이 된 경우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의사들은 식이섬유를 충분하게 섭취하지 않아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어서 그리고 변을 보기 위해 배에다 힘을 너무 많이 주었을때 행동들이 치핵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행동들 말고도 변비와 설사, 임신과 가족력 등도 여기에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직 까지는 어느 하나도 입증이 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임신을 했을 때 치질에 걸렸다는 산모들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신에 의한 치질에는 관련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치질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평소 항문관의 압력이 높아져 있다는 연구가 있기는 하지만 변을 보려고 배에 힘을 줄 때 압력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항문 입구 밖의 피부로 덮여있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외치핵은 원래는 증상이 없지만, 혈전이라도 생기게 되어 혈관이 막히게 된다면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고 합니다. 증상이 있는 치질은 대부분 내치핵으로, 출혈과 체외 탈출, 가려움 고리고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맥에 혈액이 한 자리에 머물러 항문관의 쿠션이 비정상적으로 넓어지게 되고, 항문을 지탱해주는 근육들이 늘어나면 쿠션이 직장조직과 같이 덩어리를 이루어 돌출되는데, 이 조직은 쉽게 상처가 생기게 되어 피가 나오게 됩니다. 이때 생기게 되는 출혈은 산소포화도가 높기 때문에 선홍색을 띠게 됩니다. 그리고 직장 점막이 빠져나와 점액이 항문 주위에 묻으면 가렵고 너무 찜찜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바노프는 내치핵의 증상들을 단계별로 구분했습니다.
1기는 똥을 쌀 때 그냥 피만 조금 비치는 것으로 꽤 많은 분들이 이 같은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2기는 똥을 쌀 때 무엇인가 나오는 것 같았는데 저절로 들어갑니다.
3기는 똥을 쌀 때 나왔었던 무엇인가가 저절로 안 들어가 손으로 넣어 줘야 합니다.
4기는 그 무엇인가가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치질의 초기에는 배변 시에만 쿠션이 나오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채기나 기침을 해도 나오게 되며, 심지어 일어설 때도 나옵니다. 이렇게 힘들고 찜찜한 증상을 참아가며 사는 것보다는 발병 초기에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여자인 경우에는 더욱 항문외과를 찾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2. 치질 치료 방법.
치질에 있어서 흔하게 처방되는 것은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고 배변을 할 때 지나치게 힘을 많이 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배변을 할 때 힘을 주지 않고 변을 쌀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힘을 많이 줘야 변이 나오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따끈한 물에서 좌욕하는 것도 도움이 되어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진통제도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으며, 니트로글리세린도 항문관의 압력을 줄여주어 통증을 감소시켜주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수술적 치료법이 개발되었습니다.
경화 요법(sclerotherapy)
1기나 2기 치질에 쓸 수 있습니다. 페놀을 오일에 섞어서 치질 밑부분의 점막 하 조직에 주사를 놓으면 혈관이 막히면서 치질의 크기가 줄어듭니다. 90%가량의 환자에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통증도 있기는 하지만 발기부전은 너무 치명적이며, 4년 후 30% 환자에서 치질이 재발하였다고 합니다.
고무밴드 결찰법
고무밴드로 치질을 묶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3~5일 후에 치질이 썩어서 떨어집니다. 1기 2기 3기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쓰는 경우에는 80%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재발률이 높기는 하지만 그러면 그때 또 묶어주면 된다고 합니다.
치질을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3기 이상에서 수술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수술 후에는 재발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환자 중에는 수술을 하고 나서 삶의 질이 상당히 향상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수술 시 통증도 너무 심하고 부작용까지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을 먼저 써야 한다고 합니다.
치질이 너무 크다거나 비수술적 방법도 듣지 않고, 환자가 꼭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하며, 치루와 같은 동반된 질환이 생겼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3기에서 4기 환자 중 치질 제거 수술을 받는 환자는 대개 5%에서 10% 정도입니다.
수술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수술 후에 나타나는 통증입니다.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대부분의 환자가 치질 수술을 받고 2~4주 후까지 본업으로 복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괄약근에 손상이 되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통증도 너무 심하고 괄약근 손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 수술이 꺼려지게 될 것 같습니다.
3. 치질 예방하는 방법
치질을 예방하려면 볼일을 볼 때 화장실에 스마트 폰이나 신문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없애야 합니다.
평소 항문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따뜻하게 하고, 건조하도록 합니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시간이 되는대로 일어나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합니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체온 유지에 노력합니다.
변을 보게 될 경우 너무 힘을 많이 주지 않도록 합니다.
자극이 너무 강한 맵고 짠 음식의 섭취와 과음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4. 변을 보고 피가 나왔다고 모두 치질이 아닙니다.
변을 보다가 붉은색 피가 보이게 되면 치질일 확률이 가장 높지만, 그렇다고 모두 치질은 아닙니다. 변을 볼 때 항문이 아프게 되는 것도 항문에 갈라진 곳 때문일 수도 있고, 항문 주위에 염증이 생긴 것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이유로 대장암일 때도 출혈이 생길 수가 있으니, 치질이라고 혼자 판단하고 진단 내리지 말고 혹시나 심각한 병이 원인일 수가 있기 때문에 늦기 전에 병원에 가셔서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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